사랑은 걸어서 안 오나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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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26년 어느 날, 창업을 하기로 마음먹고 나니 다음 질문이 생겼다. 무엇을 만들 것인가. 여러 사업 아이디어를 검토하면서, 예전에 일본에서 봤던 광고에서 출발한 생각도 다시 꺼내 보았다.

結婚は、歩いてこない。 (결혼은 제 발로 찾아오지 않는다.)

일본에서 생활하던 시절, 전철에서 봤던 광고인 것 같다. 그 문구를 반대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. 창업을 준비하며 작성한 기획 자료에는 그 발상이 이렇게 적혀 있었다.

사랑은 걸어서 올지도?

우리는 일상에서 의외로 많은 사람과 스쳐 지나간다. 매일 같은 시간에 지하철을 타거나, 비슷한 길로 출퇴근하고, 산책이나 운동을 하면서 누군가를 여러 번 마주치기도 한다. 그중에는 얼굴이 익숙해질 만큼 마주쳤어도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. 서로 말을 걸 일이 없다면 그대로 지나칠 관계들이다.

그런 마주침이 새로운 인연의 시작이 될 수 있다면 어떨까.

처음에는 실제로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까지 생각했던 건 아니다. 그냥 그런 게 있으면 재미있겠다는 정도였다. 그런데 이상하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었다.

만들고 싶은 것과 만들 만한 것

창업을 준비하면서 그 생각을 하나의 사업안으로 꺼냈다. 당시 사업안을 검토하던 AI 중 하나는, 그 아이디어가 나의 동기부여가 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사업적 타당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. 반박하기 어려운 이야기였다. 나 혼자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이 성립하는 건 아니니까.

실제로 다른 사업안이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. 이전 개발 경험을 활용해 기업의 AI 도입과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B2B 서비스였다. 내 경력을 활용하기에도 적합해 보였고, 검토에 참여한 AI들도 그쪽을 더 추천했다.

반면 사람을 연결하는 서비스에는 어려운 문제가 많았다. 이용자가 충분히 모이지 않으면 마주침을 발견할 기회 자체가 적어지고, 낯선 사람 사이의 연결을 다루는 만큼 안전과 개인정보 문제도 고려해야 했다. 경쟁 서비스를 조사한 뒤에는 이 아이디어가 한동안 우선순위에서 밀리기도 했다.

그런데 쉽게 접고 싶지는 않았다. 사업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지적은 이해했지만, 그렇다고 처음 생각했던 방식만이 유일한 방법은 아닐 것 같았다.

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달라졌지만

그러던 어느 날 새벽, 나는 AI와의 대화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.

해소하고자 하는 것과, 사용 씬, 솔루션을 바꿔 볼까 해.

해결하려는 문제와 사용 장면, 방법까지 모두 다시 생각해 보자는 이야기였다. 그때부터는 일상에서 여러 번 마주치는 사람들이 어떻게 관계를 시작할 수 있을지에 더 집중했다.

기존 데이팅 앱처럼 처음부터 사진이나 자기소개를 보고 상대를 선택하는 대신, 실제로 반복해서 마주친 경험에서 시작하면 어떨까. 서로 관심이 생기기 전에는 상대가 누구인지 알 수 없고, 양쪽이 원할 때 조금씩 알아가는 방식은 처음 사업안에도 있었다. 막연히 스쳐 지나가는 인연을 연결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, 어떤 상황에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 조금씩 구체화해 나갔다.

물론 이 방식도 아직 가설이었다. 반복해서 마주쳤다는 사실이 누군가와 관계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었다. 이용자가 모이지 않으면 마주침도 없다는 문제는 그대로였고, 안전과 개인정보 문제 역시 해결해야 했다. 그럼에도 단순히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에서 벗어나, 실제로 만들어 확인해 볼 수 있는 질문이 생겼다.

다른 사업안 역시 가능성과 한계를 다시 따져봤다. 특히 AI 개발 도구를 제공하는 플랫폼들이 관련 기능을 직접 제공하게 된다면, 내가 생각한 B2B 서비스가 얼마나 오래 차별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. 며칠간의 검토 끝에 결국 사람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선택했다.

선택한 쪽이 더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. 다만 여러 문제를 검토한 뒤에도 이 서비스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은 남아 있었다.

당시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연결을 더 이어 주고,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기회를 만들고 싶다는 미션도 정리했다. 그 과정에서 서비스가 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일도 폭넓게 생각했다. 하지만 그 모든 것을 한 번에 구현할 수는 없었다. 우선 일상에서 반복해서 마주친 사람들이 천천히 관계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것부터 만들어 보기로 했다.

akaito

그렇게 선택한 사업안은 얼마 뒤 실제 코드로 옮겨지기 시작했다. 이름은 akaito(赤い糸). 운명의 붉은 실에서 가져온 이름이다.

일상에서 여러 번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에도 새로운 인연이 시작될 수 있을까.

사랑은 정말 걸어서 안 오나?